열 달간의 임신기간을 지나 아기가 처음 세상 밖으로 태어났을 때, 부모들은 인생의 그 어떤 순간보다 행복하고 황홀한 감정을 느꼈을 것입니다. 세상 무엇도 원하지 않고, 누구의 부귀영화도 부럽지 않은 순간입니다. 그러나 그런 감정도 잠시, 하루종일 부모의 손길이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아기의 24시간을 지키고 보살피는 동안 인식하지 못한 사이 깊어진 스트레스에 잠식되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서로 의지하고 원동력을 북돋아야 할 부부 사이의 관계도 각자 지치고 힘들다는 이유로 예민해진 탓에 싸우고 다투는 일이 잦아져 소원해지기도 할 것입니다. 아기의 존재는 그 어느 것보다 소중하고 지켜주어야 할 대상이지만, 그에 반해 부모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너무 등한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육아와는 다소 벗어난 주제이지만, 부모들의 육아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적절한 방법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트레스 상황 인식하기
육아를 하는 동안에는 크고 작은 스트레스에 노출되기 쉽습니다. 그런데 눈 앞에 주어진 일과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현재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을 스스로 알아채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따라서 바쁜 육아 중에도 지금 나의 상태가 어떤지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런 시간을 의식적으로 가지지 않는다면 상태가 악화되는 중에도 알아채지 못해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더 나쁜 상황을 맞이하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아래와 같은 방법들이 있습니다.
첫째, 잠자리에 들기 전 오늘의 일기를 써보는 것입니다. 일기를 쓴다는 것은 단순히 오늘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던 수많은 순간을 다시 들여다보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이를테면 무심코 지나쳤던 아기와 행복했던 시간들을 다시금 떠올리고, 그 순간에는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쳤지만 얼마나 소중한 시간을 함께 보냈는지에 대해 거듭 되뇌어보는 것입니다. 별 것 아닌 과정을 거치고 나면,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그저 그런 평범한 하루였던 오늘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하루가 되어 내 머릿속에 고이 간직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일기를 쓰면서 하루 동안 쌓였던 감정을 정리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과정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육아로 인해 힘들었던 순간을 글로 풀어내다 보면 감정이 정돈되고, 부정적인 감정이 점차 누그러지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죠.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며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은 육아 스트레스를 줄이는 작은 휴식이 되어줄 것입니다.
둘째,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육아 부모들과 소소하지만 공감대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입니다. 사람의 성격이나 기질에 따라 자신이 현재 얼마나 힘들고 난이도 높은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제때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 내가 얼만큼 잘 하고 있는지, 얼마나 책임감이 넘치고 훌륭한 부모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간과하게 되어 스트레스가 더 불어날 수 있지요. 하지만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가 인식하지 못했던 어려움들을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똑같이 겪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나만 이렇게 힘든 게 아니구나." "누구나 비슷하게 겪는 과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예상보다 큰 위안을 얻을 수 있습니다. 혼자서 묵묵히 버텨내려 할 때는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채 답답함만 쌓이는 경우가 많지만, 다른 부모들의 경험을 듣고 공감대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상태를 돌아볼 기회가 생깁니다. 그렇게 내 감정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한층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서로의 해결 방법을 공유하면서 나에게 맞는 대안을 찾아볼 수도 있고, 같은 길을 걷는 동료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의 부담을 덜어낼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발생을 완화하는 일상 루틴
육아는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육아의 무게를 그대로 감당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발생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결코 현명한 방법이 아닙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것"이 단연 최선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즐기기까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스트레스를 덜어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이 나를 가장 지치게 하는지, 어떤 요소가 나의 감정을 쉽게 소진되도록 하는 것인지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완화할 수 있도록 일상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은 변화들이 쌓이면 결국 육아가 조금은 더 수월하고, 덜 지치는 과정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스트레스 완화를 위해 추천하는 일상 루틴들에 대해 소개합니다.
첫째, 기분 좋은 아침을 위해 기상한 후 침대 이부자리를 정돈하는 것입니다. 침대 정리는 단순한 집안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루의 시작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매우 강력한 습관 중 하나입니다. 정돈된 공간은 우리의 마음도 함께 차분하게 정리해 주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눈에 보이는 장면이 내 마음도 덩달아 좌우하는 것입니다. 어렵지 않은 작은 습관 하나로 얻은 성취감을 통해 아침부터 큰 활력을 불어넣어 줍니다. 하루의 첫 행동을 ‘정리’로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집중력과 질서감을 높여 주고, 이러한 흐름이 하루 종일 유지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특히 육아를 하다 보면 공간이 금방 어질러지기 마련인데, 아기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깔끔하고 정리되어 있으면 부모의 심리적 안정감도 커집니다. "눈에 보이는 공간이 곧 내 마음 상태"라는 말을 떠올리며, 아기와 함께하는 공간을 청결하고 쾌적하게 유지하려는 작은 노력이 결국 하루 전체의 컨디션을 좌우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정리의 시작을 아침에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아침의 활기 있는 에너지를 이용해 간단한 정리정돈을 실천해 보면, 하루 종일 기분 좋은 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둘째, 30분씩 잠깐이라도 내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운동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입니다. 하루종일 아기의 배고픔과 불편함 신호를 면밀히 살피느라 정작 자신의 몸이 호소하는 여러가지 신호들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못한 채 지나갔을테지요. 내내 육아에 시달리다 이제 막 '육아 퇴근'을 마쳤는데 또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니 부담이 되는 엄마들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는 가만히 누워서 호흡에 집중하는 명상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짧은 시간이더라도 내 몸과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조용히 들여다보는 것은 생각보다 큰 위안을 줍니다. 육아를 하다 보면 온 신경이 아기에게 집중되면서 정작 내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게 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내가 지치고 소진된 상태에서는 아기에게도 온전히 사랑과 돌봄을 줄 수 없습니다. 내 에너지를 아기가 아닌 나 자신에게도 적절히 분배하는 것이, 결국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건강한 육아로 이어질 것입니다.
결론 : 자기 돌봄을 습관화하는 지속가능한 육아
육아는 결코 단기전이 아닙니다. 하루하루를 그저버티는 방식으로는 오래 지속할 수 없으며, 장기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 과정이지요. 아기에게 최선을 다하고, 무한한 사랑을 주고 싶더라도 그것이 오직 ‘의지’ 하나만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습니다. 행복한 부모 아래에서 행복한 아이가 자란다고 하지요. 부모로서 아기의 신호에 세심하게 귀를 기울이는 것만큼이나 자기 자신에게도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내가 지금 어떤 감정 상태인지, 무엇이 나를 지치게 하고 무엇이 나를 회복하게 하는지를 섬세하게 살피고 보살펴야 합니다.
부모가 지치고 소진된 상태에서 무조건적인 희생만을 반복하다 보면 결국 육아 자체가 버거운 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고, 이 유쾌하지 않은 사실은 아이가 자라면서 금방 눈치채기 쉽습니다. 아기는 부모가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에서 감동하고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하는 순간을 기쁘고 따뜻하게 기억하고 즐겁게 보내왔던 부모에게서 더 크고 단단한 행복감을 느낍니다. 그렇기에 부모들의 자기 돌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하나의 습관이 되어 삶 속에서 자리잡아야 합니다. 나 자신을 돌보고 가꾸는 일은 육아와 별개가 아니라, 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중요한 과정입니다. 오늘 하루도 아기를 돌보는 만큼 나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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